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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남은 인생, 어디서 살아야 할까 ? : 당신과 나의 도시

미국에 오기 전, 이런 말을 들었다.

 

'미국까지 가서 한국 오고 싶단 사람 잘 못봤어,

다들 보통 미국 가고 나면 정착하고 싶어 하더라.'

 

"네? 왜요?"

 

'호주나 유럽 가서 지내면 얼마 있다가 언젠가는 한국 빨리 오고싶다고 하는 사람 봤어도,

주변에 미국 간 사람들 보면 거의 거기 계속 있고 싶어 하던데?'

 


 

그만큼이나 다른 나라들 중에서도

괜히 미국이

그 대단한 미국이 아니라는 그런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는데

 

한국에선 크게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이 얘기가

현재 미국에 와서 지내고 보니 더 와닿는 때가 종종 있었다.

 

 

남미에서 온 친구도, 중동에서 온 친구도

굳이 더 많은 돈을 들여 미국에서 학위 받기를 선택했고

학업을 마친 뒤에는 일을 꼭 구해서, 최대한 미국에,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여기 캘리포니아에 더 머물더라.

 

그리고 누구를 만나던 꽤 한결같은 질문을 받았다.

최근에 미국에 왔다고 얘기하면,

 

'그럼 앞으로 계속 있는거야?'(완전한 정착인지 묻는 질문)

, 혹은 '얼마나 있을거야 ?'

 

 

 

그다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는데

 

 

그만큼 다른 나라에서에 비해,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교환학생이나 비즈니스 여행 등 단기간 뿐이 아니라

나라 특성상 완전히 이주하는 경우도 아주 많아서인가보다.

 

 

그래서 최근에 조금씩 더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남은 인생, 어디서 살아야 할까 ?'

 

 


첫째로 내가 지금 미국에서

비록 단기간이긴 하나, 살고 있는 만큼

 

 

(1) 미국에서 남은 일생의 대부분을 살고 싶은지

 

 

혹은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으로서 앞으로 계속 한국에서 살 것이 아니라면 

(2) 남은 인생을 어디서 살고 싶은지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아직 미국은, 

 

 

캘리포니아에 살며 엘에이도 못 가 본 채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지내고 있어서

뉴욕도 가 보고, 워싱턴 디씨랑 시애틀도 가 보고,
중간에 애리조나나 피닉스도 다 가 본 다음에 생각해봐야 답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가보지 않아서, 오래 살아보지 않아서 라는 조건은

사실, 다른 나라 선택하기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답을 도출하지 못 할 것이므로 

이를 제하고 그냥 말하자면 -

 

미국에서 아직은 남은 인생을 다 보내고 싶은지 모르겠다.

예 아니오 식으로 좁히자면,

 

 

 

'미국에서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싶지 않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한정으로 이야기 해보자면

여기서의 생활은 아주 기술 기반적이다.

 

각각 나라에 어떤 기술이 있는지 위에, 얼마나

대중들에게의 그 접근성이 보편화 되어 있는가가 관건인데

 

전날 회사 근처 먹을 점심을 어플로 예약해

당일 아무 문제 없이 픽업하는 것 부터

장보러 가는 길 지갑을 놓고 나와

(평소 디지털 월렛을 사용치 않던 사람이)

1-2분 안에 외워둔 카드번호만으로 휴대폰 결제를

 보안카드 없이 세팅하는 것 까지

 

세탁기에서 아직 촉촉한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돌려버리면, 그동안 놀거나 책을 읽고

따뜻하게 마른 빨래를 꺼내기만 하면 된다.

(+ 당연히 한국에도 전기 건조기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건조대에 널어 말리는 것이

한국에서의 내게 익숙한데,

다른 말로는 미국에서 빨래를 하고 건조대에 말리고자 하면

일부는 이상한 눈빛으로, 심하게 말해

다소 원시적으로 본다는 차이를 얘기하고자 한다)

 

(위는 이미 한국에서도 일정 정도 보편화 된 것들이긴 한데

확실한 차이를 느낄수 있는 정도여서 굳이 언급해 보았다.

 

내가 느끼고 있지만 확실히 모르거나

또 몰라서 분석하지 못한 정도의 기술 발전 부분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

 

 

이러함에 따라 꽤 많이 효율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생활이 더 똑똑해지니 시간이 조금 더 남아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것도 장점이다.

 

 

 

또 미국에선,

 

영어만 할 줄 알면 모든게 가능하다.

(에스파뇰을 할 줄 알면

생활이 더 재밌고 편해지긴 할 것이다)

 

내가 살기를 희망하는 일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영어만으로 이 나라의 모든 간판과 광고를 읽고

 

거진 외적, 내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경험이다.

 

 

 

그럼에도 내가 미국에 앞으로도 꼭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

 

 

1.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부담

 

2. (걱정의 크기 막론)항시 존재하는 총기사건에 대한 염려

 

3. 이 나라의 비즈니스나 사회에 내가 기여할 바를

아직 잘 모르겠다는 사실 정도 인 것 같다. 

 

 

미국 외에 근본적으로 내게 있어

모국을 벗어나 살기가 가능한가 묻는다면 의외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 짚어보건데,

한국에서 앞으로 계속 살거라는 생각은

언제서부턴가 하지 않고 있다.

 

 

 

평생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인생의 주 부분을 외국에서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인 것이다.

 

한국에서 어느정도 돌아와 지낼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한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음식과 문화, 가족과의 연결도 그러한데

 

예를 들어 특정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알아서,

한국에서 하던 것과 같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영화표를 사고,

아플 때 병원에서 증상을 설명하고, 치료 후 보험 처리를 할 수 있고,

 

헬스 센터에서 트레이닝 지도를 받거나

 또 휴가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숯을 빌리거나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수는 있겠으나

 

 

내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 만큼의

약 20년 정도 축적한 생활양식과

깊은 문맥의 이해도에 따른 혜택을 저버리긴 어렵다.

 

영어나 불어를 아무리 잘한다 한들 사람들을 웃게 하고 꿰뚫기란, 모국어만하지 않기에

아직까지 20대에서 다소 한정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남은 인생을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 수 있다.

 

 

- 다만 내가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둘째치고

영어 사용이 어느 정도는 보편화 되어 있는 나라여야 하고

 

- 외국에서 살더라도 가끔은 한국을 방문해야 하고

 

- 어떤 나라에 살게 되었던 지금 생각으로선,

평생 살 한 군데 보다 두세군데 이상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다다익선적 관점은 아니다.

어느정도 정착하고자 하지만

특정 한 나라가 최선이다 하는 기대를 접고

차선 정도를 갖춘 느낌이다. 

 

 

 

현재 끌리는 도시는 앞서 짧게나마 여행해 본

파리, 또 피렌체 정도인데

 

아주 아주 긴 휴가, 휴가라는 것을 인지하길 잊은 정도의 

긴 시간을 머물러 살아보고 싶긴 하나

 

남은 인생을 보낸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파리나 피렌체만으로 결정하기 탐탁지가 않다.

 

 

 

이 글의 예상되는 결론인 :

어느어느 도시나 나라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다

는 결정은

좀 더 많은 곳을 둘러보고

후보를 정한 뒤에나 윤곽이 잡힐 것 같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므로 한국에서 산다, 이 생각에는 확실히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더 신중히 고민해 볼 주제인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을 보낼 당신이 선택한  도시는 어디인가 ?

 

아침에 일어나 어떤 나라의 해를 보고 싶은가

 

당신의 자녀들이 뛰어다니고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가?

 

당신의 성적 정체성, 정치적 관념을 좀 더 쉽게 펼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찾아보았는가 ?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날, 카페로 오르내리막 길을 걸어가 자리를 차지한 후

주변 테이블에서 흘러 나오는 대화가 주로 어떤 언어가 되길 바라는지, 

내 글을 읽는 당신은 생각해 보았는가 ?

 

 

 

 

 

2019년 09월 29일 일요일, 오후11시 33분 

샌프란시스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