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눈에 띄게 휙 휙 변했던 한 주였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데 주초에는 출근길에 부슬비가 내리고
지난밤 새 쌀쌀해서,
몸이 조금 으슬한 채 출근 버스에 올라탔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잘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소 화가 난 채,
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창 밖을 흘끗 보면서.
아차, 했다.
그새 당연해졌던 햇볕이 순식간에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대충 반복해서 들은, 여름이 가신 뒤의 샌프란시스코 날씨에 지레 겁을 먹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월요일처럼 날씨가 울적해질 것 같아서,
당연한 하루하루들이 순식간에 지나간 뒤
이젠 만끽할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당분간은 더 찾아오지 않을까 봐,
더 자주 산책을 나가잖고 집에서 늘어진 나를 탓하게 될까봐서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화, 수요일을 거치며 날씨가 다시 개었고
내 걱정은 잠시 무산되어도 괜찮게 햇빛이 한가득 내리쬐서,
목요일은, 그날 입었던 검은색 가죽 자켓이
뜨거운 태양볕을 아마 옷이 바삭해질지도 모를 만큼 빨아들여
등이 한가득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도 잘 느껴뒀다.
순간순간 이른 퇴근길 아무 생각 없는 내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구글맵 예정 시간보다 늦어지는 버스 대기시간엔
더욱 무심하게 느껴지던 햇볕이 이제는
잠시 잠시 내리 쬘 때 최대한 내가 빨아들이고자 하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비록 한 주 만에.
월요일 덜컥 찾아왔던 눅눅하고 차가운 반나절이
혹시, 앞으로 쭉 햇볕이 전처럼 더 자주 찾아오지 않게 되더라도
나의 아쉬움을 덜어 줄 계기를 찾게 한 트리거로 자리매김 했듯이
햇볕 외에도 인생에서, 남은 시간 동안에
소중함을 온 몸으로 더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이
혹시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면 다시금 알려주면 좋겠다.
어쩌면 내가 지금 다소 버겁게 안고 있는 생각과 고민들도
위와 같은 월요일의 반나절같은 존재는 아닐지.
2019년 09월 20일 금요일 저녁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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