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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일년 17.53%를 미국에서 '일'로 보내며

 

어제 금요일자로 인턴십 9주차를 마쳤다.

 

 

1년 약 52주 정도인걸 생각하면

새삼 놀랄만큼 시간이 빨리 갔다.

 

이렇게 된 겸 

인턴십 첫주부터 한 번 기억을 되짚어보려 한다.


 

내가 인턴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던 주는

여태 일한 두달 중 나도 동료들도 기억하는 제일 바쁜 한 주였다.

 

 

금요일 낮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는데,

 

회사에 도착해 마케팅 팀원들과 인사 나누는 자리를 가진 후엔

각 부서 리더들과 간소한 미팅을 반복해서 가졌다.

신입 인턴으로서 사업 내용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부족한 채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략하고 핵심적으로 듣자니, 되려 한번에 흡수하기 쉽지가 않았다.

 

일 외로 환영하는 의미로 

디렉터와 매니저, 나까지 총 네명이서 함께한 마케팅 팀 점심식사도

머리가 쌩쌩  돌아가긴 하는데

대화의 어느 부분에 어떻게 끼어야 하는지 감을 전혀 잡지 못한 채로

내가 혹시 멍청해보이지는 않을까. 작은 냉소까지 느끼며 어쨌거나 음식은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초반에는 반복적인 온/오프라인 미팅으로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어 있어 Skype 미팅이 잦다.)

회사 전반, 사업전반과 마케팅 업무를 익히고

미팅 외 시간에는 주로 세일즈포스, 각종 서비스 도구, 그리고 사내 파일, 폴더 등 사용법을 익혔다.

 

 

약 이주동안 이어진 훈련 기간 동안엔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첫번째로 : 새로운 환경에서 인턴으로 적응해야 할 부분이 많았고,

 

두번째로는 : 미국에서 외국인으로 처음 생활하는데

더더욱이 회사 생활에 적응하려니, 생각하고, 이해하고 알아둘 것들이 차고 넘쳤다.

 

 

똑같이 매일 근무하고 팀을 지휘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마케팅 디렉터는

내가 팀에 합류해서 트레이닝을 해 주는 겸,

쿼터 전사미팅에 참석할 겸 시애틀에서 날아와 일주일 정도 본사에 합류했다.

그녀가 재택근무에서 벗어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 다른 팀과의 미팅도 스케줄에 더해졌다.

 

처음에 미팅에 참석할 때 내게 seat-in 이라는 표현을 하던데

말 그대로 나는 언제나처럼 진행되던 미팅 그대로에 의자 하나 차지해 들어가 앉는 셈이었다.

정보와 영어의 폭풍 속에서 겨우 뭐가 뭔지 이해를 하는걸 겨우 해내면서

그와중에 내가 외국인 인턴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제안이나 의견이 있는지 최대한 머리를 굴리는 시간이었다.

(누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단지 새로 온 인턴이라고 앉아있기만 하기 싫었던 것 같다.)

 

허나 얼마나, 또 어떻게 자신있게 의견을 피력해야 적당한 건지 아리송했고

아직 회사 사정을 잘 모르니까 최선을 다해 제시하는 내 딴에는 괜찮은 의견이 -

현 상황이나 예산 상 적절한 얘기인지도 몰라

처음엔 너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곤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첫 주 동안은 하루에 여러 개 있는 미팅, 미팅 하나만으로도 공책 몇장씩 가득가득 필기를 했었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내용, 도중에 끊을 수 없으니 끝나고 물어볼 대충 이해는 했지만

내가 알아들은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내용, 사업 외에도 이해가 가지 않아 따로 찾아보거나 할 영어표현 등

 

약 1년 정도를 일한다고 치면 단계별로 이렇게 배워가며

쌓이는 것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하면서 필기를 정리하곤 했는데

 

첫 주, 둘째주가 지난 후 필기량은 비교적 놀라운 속도로 줄었다.

주로 거론되고 협의하는 내용이 반복적이어서 이미 알아듣게 된 내용이 많아진 것이다.

 

 

 

사업 관련 활용 도구나 회사 시스템을 다루는 연습은 꽤나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연습은 연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내가 작업을 마쳤을 때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형태로 주어졌다.

처음에는 인턴으로서 내게 허락된 단순 업무인걸까, 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일에 거의 놀라울 정도로 적응한 지금 돌아보면

굉장히 효율적인 훈련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된다.

 

확신이 적은 채로 일을 시작했던 전을 돌아보면

현재는 굉장히 긍정적인 배움을 여러개 얻었는데,

제일 크게는 업무 처리에 대한 자신감이다.

 

상사나 매니저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준 작업을

내 자리로 돌아와서, 다른 업무를 먼저 처리한 후 다시 해보자니 모르는 부분이 참 많을 때면

내가 집중이 부족한건지 똑똑하지 않은 건지 어이가 없기도 했는데

단 한 번만 듣고 원래 그 일을 해 왔던 것 처럼 내가 숙련되게 처리하길 기대했다는 데에서

내가 내 자신을 항상 과대평가 해 왔다고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상사가 놀랄 만큼 주어진 업무를 한번에, 누구보다 빨리 처리하는 나를 항상 볼 수는 없더라도

몇번 다시 물어보더라도 흔쾌히 알려주는 누군가에게 감사할 줄 알며

내 자신에게 주는 부담 없이 홀가분하게 업무를 완료하는 내 모습도 즐기게 되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팽팽 돌아가는 머리로 기억되는 훈련주 2주차를 보낸 후부턴

대략 9주차까지 시간이 잘 흘러 갔다.

 

배우고 알아감에 따라 회사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질문을 줄었지만

일을 더 알아가고 그에 관여하는 만큼 새로운 질문들은 또 생겨났기에

질문량은 큰 변동없이 보존되기도 했고.

 

해서 이제금 돌아보니 벌써 어제자로 미국생활 64일을 마쳤다.

 

을지로에서 단기 인턴을 하며 여름날의 2개월을 인턴으로서 이미 보내 봤지만

외국에서 혼자 집도 구하고 생활하며 보낸 시간이라 그런지 이번이 진짜 홀로서기처럼 느껴진다.

 

일에의 적응 외에 약 이개월동안 달라진 점은

 

운동을 그만큼 쉬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는 것,

노트북을 새로 샀다는 것,

가지고 있던 핸드폰 액정 두개를 깨 먹었다는 것,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일을 제외하곤 집 밖에 자주 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

 

10월 21일까지는

1. 집 밖에 좀 더 자주 나가고

2. 운동을 다시 습관화 하고

3. 손에서 물건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좀 더 건강하고 활동적인 시간을 보내는데 집중할 것이다. 

 

 

회사 일 외에도 내가 미국에서 해낼 일이 분명 있다는걸

느리더라도 분명히 무언가를 차근차근 해내길 내 자신은 바라고 있다는 걸 새기며

남은 82%에 default로 저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