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께선 항상 창문을 닫으라고 하셨다.
항상 가족끼리 드라이브를 할 때면 나도, 나이차가 있는 남동생도
창문을 열고 내비치는 바람을 맞는걸 좋아한지라 한 소리 씩 듣곤 했는데
뒷창문이 열리며 몰아치는 강한 바람은 집중해서 운전하시는 아빠께 귀가 아프실 정도로 방해가 된다는 걸 알고
굳이 슥 슥 열어 제끼는 창문 밀당을 그만 둔 시기는, 내가 철이 든 시점 이었을까.
그래도 내 동생은 굳이 작은 호통을 꼭 배불리 들어야만 하는 것 처럼 꼭 창문을 슬쩍 내리곤 했다.
드라이브에 대한 생각은 크게 없었다. 내가 직접 해 본 적이 없어 더더욱 그렇고 주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대개 운전자에 대한 동승자로서의 매너를 집과 사회생활을 작게 시작하는데서 배우며 실천하려는 노력 정도였다.
직접 운전해야겠다는 생각도 대학을 수료할 이때까지 크게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면허를 따서 자차를 몰고 부모님을 모실 수 있으면 좋겠지 생각하면서도, 겁이 많은데다
당장 내가 차를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며 계속 미뤘다.
미국에 살기 전까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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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사에서 일하기로 결정하며 차를 몰 줄 아는 것이 한국에서보다 권장된다고 들었으나,
한국, 서울, 혹은 내 동네에서도 몰아 본 적 없는 차를 당장 면허따서 타국서 몰려는 계획은 쉬워 보이진 않았다.
결국 미국땅에 가게 되며 더 커진 면허에 대한 필요성도,
다운타운 중심부에서 거주하고 근무하므로 대중교통 이용이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내가 흐지부지 시켜버렸다.
하지만 미국살이를 다른 차원으로 더 즐길 수 있는 방법, 바로 드라이브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다운타운에서 약간 외곽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심각해지기 시작한 초기 시점 이사했는데,
새로 이사한 그 집에서 새 친구를 사귀었다.
내게 드라이브에 대한 생각과 쾌감을 일깨워 준 데 크게 일조한 인물이다.
대개 이른 나이 부모님들로부터 자립해 나와 살려고 하고 또 비교적 어린 나이 직접 차를 모는 등의 라이프스타일이
미국인의 유명한 특성처럼 이야기되곤 하는데, 그게 조금 이해가 된다.
다양한 미국 주립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개개인의 이유로 새로운 주에 정착하고자 할때,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본인이 가진 짐 가득 실어 긴 도로 주행으로 이주하는 것, 나중에 미국 와서야 알게 된 통상적인 이사 방식중 하나인 것도 그렇다. 모텔이라는 단어도, Motor Hotel에서 만들어 졌다는 것- 이 또한 장거리 주행을 하는 미국인들의 넓은 땅을 기반으로 한 생활양식 중 한 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처음엔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게 뻗어 있는, 또 그만큼이나 마구 달려도 앞뒤로 마주할 차가 적은 미국 브릿지나 고속도로.
빠르게 달리다가도 금새 교통체증 안에 들어와 있거나 중간중간 도시 진입으로 빠져야 해서 곧 속도를 줄이곤 하는 한국의 고속도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정말 드라이브를 위한 삶이 있을수도 있겠구나 싶은 나라, 광활한 미국의 매력 중 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한껏 높은 음량으로 들으며
이 친구의 드라이브에 몸을 맡겨버리면 그만큼 짜릿한 일도 없던 요즘이었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민티한 쾌감,
더불어 나도 이렇게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캘리포니아 해안, 산등성이, 도로에서 자유로운 드라이브를 직접 하고 싶게 만드는 경험.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이렇게 운전을 할 줄 몰라서 후회 된 적이 없었는데, 약 9개월의 미국생활동안 운전을 할 줄 알았다면 내 삶이 얼마나 더 자유롭고 생활반경이 넓어졌을지 아쉬운 적이 많았다.
사람은 모두, 인생이라는 그릇에 본인 입맛대로, 운이 나쁘다면 타의에 따라서도 여러 생활양식 조각들을 넣어 즐기며 산다.
운전이라는 것이 없던 내 그릇에, 6년간의 능숙한 실력으로 갈고 닦아 맛깔나는 드라이브라는 맛을 보여 준 친구 덕분에
나는 또 새로운 부분이 추가된 라이프스타일을 꿈꾼다.
바람을 느끼며 차 안 음악의 전율에 자꾸만 지어지는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영화 속 뮤직 비디오 속 주인공이나 다름이 없어서.
또 어렸을 적 아버지 옆자리에서 끝말잇기를 즐겁게 하던 어린 나로부터 지금의 내가 너무나도 커버렸다는 사실이 어쩌면 싫지만은 않아서 인 듯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LoSm6Vkpl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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