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활하는 공간에 뭔가를 크게 엎질렀을 때
바닥에 탁 퍼지며 그 뿐 아니라 바닥과 가장자리를 마주해 위로 뻗은 벽,
오븐, 식기세척기 등 온 표면에 모든 것이 튀고
놓친 그릇은 깨진,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우선 한숨부터 나온다.
이걸 언제 다 치우지, 짜증도 나고 어쨌거나 옆에 닿는 손걸레를 낚아 바닥을 닦기 시작하겠지
계란이라도 떨궜다 치면 그걸론 모자라다.
마른 휴지, 물티슈를 탁탁 거칠게 뽑아 미끄덩거리는 잔류를
슥슥 닦아내기보다는 스윽 스윽 낚아내서 쓰레기통으로 일부 처리한다.
이제, 뜨끈하게 빨아 온기가 가실세라 급히 물을 짠 손걸레로 다시 뒤처리를 하겠지.
부모님과 같이 사는 상황과 새 보금자리를 찾겠다며 홀로 사는 공간에서의 차이는
후자의 경우는 모든 문제 해결 프로세스가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
부모님과 같이 사는 집이더라도, 물론 혼자 친 사고 후처리는 내가 하겠지만 내가 자취를 하고 배운 것은
내가 떨군 음식이라도 치우고자 근처에 손을 뻗어 낚아 챌
깨끗한 손걸레 또한 내가 그 자리에 빨아서 말려 뒀어야, 존재한다는 거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마 자취를 해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실 뭐 하나 쏟고 귀찮아 휴지 몇 장 던져 둔 뒤,
그 자리만 피해 반나절 돌아다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그것 또한 자취생활.
하지만 뭔갈 쏟고, 닦아 치우고, 윤이 나도록 깨끗하게 천으로 재차 닦고,
그 천을 세탁하고, 닦아 치운 쓰레기를 정리해 내다 버리고, 걸어 둔 천이 마를 때 쯤 개어서 한 쪽에 보관하는 것
이것이 내가 자취에서 배운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것 또한 나아지지 않는다는 삶의 진리를
혼자 궁상맞게 뭘 쏟고 또 치우며 깨달았다고나 할까
다른 건 그간 당연하게도 가만히 있으며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겠다고 짜증을 내고 부산을 떨다가
내가 흘려 엉망이 된 바닥을 굳이 치워주시겠다고 허리를 구부린 엄마를 보고 난 이 글을 쓰게 된 걸지도
#자취생활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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