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oughts

반년 : 그리고 반년이라는 시간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그리고

최근 있었던 일 중 아직 제일가는 마일스톤은 교환학생을 다녀 온 것이다.

막학기에는 모교에서 마쳐야 해서,

그 전 학기에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학기 시작을 미루기 위해 일부러 휴학하기도 했다.

 

오늘날 세계지도에 친구들을 여기저기 점찍어 볼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2018년 가을학기부터 겨울방학까지

크고 작은 노력으로 사람들을 얻어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가능했다.

 

기숙사에서 처음 만난 순간 벅찬 마음으로 첫 인사를 건낼 때부터

한 학기와 방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을 포옹하기까지,

반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보면- 한 사람 여러 사람을 알아가고 보내기까지 참 긴 시간이었다

 

 

누구는 나처럼 한 학기만 수학하고 떠나지만,

두 학기인 일년동안 같은 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친구들을 두고 오며 생각하길

내가 길면서도 짧게 느낀 이 반년이라는 기간을

너는 지금 이별하는 순간 다시 새로운 시작점으로 또 그만큼 더 보내는구나.

 

인생의 큰 전환점을 얻은 2018년 말부터 19년 초 유럽에서의 시간,

짧지만 알찬 21일의 배낭여행을 하면서도 온몸으로 닿아가며 경험했기에

한국에 돌아와 서울에서 졸업 전 마지막 수업들을 들으면서도

내 생각들은 유럽에 머물렀다.

 

 

늦은 밤 어스름 내가 가로등불 밑에 기대 서 있더라도

저 멀리서 낮이 밝아옴에 따라

어느 새, 가로등 불빛은 낮 볕에 묻어져버리듯

어느새 확 밝아오는 낮처럼 시간은 꾸준히 나아갔다.

 

 

 

 


밝아오는 날 못지 않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어두워져버린 가로등 밑에 조금 더 머물러도 된다.

어둠과 대비해 밝았던 가로등만 생각하며 

언제 해가 벌써 떴지 어리둥절해도 부끄러울 것 없다.

 

어차피 평생 머무를 우리도 아니다. 

이왕 서 있던 겸 발바닥이 무거울 만치나 오래 멈춰 있어도

결국 이른 아침이 지나서 공기가 바뀌고, 부산한 다른 이들의 걸음이 바닥을 스치면

생각보다 가뿐히 우리는 머무르길 고집했던 자리를 떠나곤 한다.

 

 

 

아름답기만 하진 않았지만 

내가 주인공인, 모두 내가 만들어 간 이야기여서

작년의 유럽에서의 시간은 너무 소중했다. 이후에도 많이 떠올리고 그리워했다.

싫었던 순간들마저 있지만 그들을 감쌀 바탕이 너무 소중해서

그리워하길 까먹다 가끔 오랜만에 떠올려보면 이젠 1년도 더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누구보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던,

그를 지켜보는 사람마저 칠링하게 할 만큼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손에 꼽게 

마음에 여유가 많던 친구는 이제 조지아에서 변호사로서의 발걸음을 시작한 것 같아 보였다.

 

날 누구보다 좋게 봐주면서도, 우리만의 '냉전'을 끈질기게 함께 고집했던 친구, 결국 마지막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처럼

포옹으로 평생 갈 화해를 다진 친구는 부다페스트에서 또다른 교환학기로 정말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또 끌어들였다.

 

바보같이, 셋이서 아무 말도 안 하면서 멍청한 웃음소리 같이 내며 또 그걸로 더 서로를 웃게 만드는 걸 알려 준 친구는

폴란드로 돌아가서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마저 하고 있다.

 

내가 집에 콕 박혀있길 고집해서 초대해주는 집, 클럽 등의 파티마다 거의 가지 않았는데도 이해해줬던 핫한 친구는 

나처럼 마케팅 공부를 하다가, 로마의 패션스쿨로 모국인 프랑스를 떠나 좀 더 확실한 꿈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나는?

 

 

 

 두고두고 떠올릴 가슴 벅찬 추억들의 기억이 제일 강할 때 

하나하나 새겨 간직하며 서울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서울 시내를 빠르게 걷고 있었지만 마음의 일부는 다른곳에도 살고 있었다.

 

떨어져 있던 만큼 가족과 지인들의 소중함을 더 돈독히 했고

막학기를 마무리하면서는 또다른 도전으로서 미국 인턴십을 준비했다.

 

학교를 4년 다니면서 이론과 프로젝트로 공부한 마케팅 직무를 중장기로 현장에서 배우고, 

최신 기술과 활발한 비즈니스의 이슈들이 발발하는 도시에서 감각을 익히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인턴으로서 일을 한 지 오늘로 반년이 되었다.

 

나는 어딘가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발걸음도 멈춰져있지만은 않았다.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과 영감을 줬고, 

나만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 써내려 가고 있다.

 

수에 상관 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계속해서 하고 싶은건 줄지 않고 늘어가고 있다.

 

 

반년이라는 시간을 돌아 봤을 때, 미래의 시점에서 먼저 떠올리게 될 만큼

올해 상반기가 뿌듯 할 수 있는 건 지금 노트북을 닫고 곧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나에게 달렸으니까

 

더 나은 육개월 뭉치들 만들어가기,

이어붙여졌을 때 결국 더 나은 인생을 만들어 가는 나의 도전 과제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