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퇴근 후 카페에 다녀왔다
그날따라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거창할 거 없되 부산하고 뿌듯한 순간들을 연속적으로 이어 붙였다.
마침 그날 아침,
가고자 하는 카페 브랜드에서 마케팅 메일이 왔고
호차타(오르차타) 라떼 or 시나몬 라떼 or 아침메뉴 부리토를 어플로 주문하면
포인트를 3배 더 적립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커피 한 잔 구매에 세 잔 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니
행사메뉴에 도전해 볼 만 했다.
일전에 블루보틀에서 도전해 봤던 호차타 라떼는 입맛에 맞지 않아,
시나몬 라떼면 -보통은 가겠거니 주문했다.
내가 보통 한국에서 마셨던 시나몬 라떼는, 기본 라떼와 베이스는 비슷하되
시럽이 더해지거나 우유거품 위에 시나몬 파우더가 항상 뿌려져있어서
사전주문 모바일 어플에 제공 된 작은 이미지를 보니, 커피 표면이 짙은 갈색에다
대충 내가 받게 될 제품 이미지를 생각하고 제품을 받았는데,
받아들고 본 모양새는 일반 라떼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직원을 조심스레 불러 물어봤다.
결국 내가 물어보고자 했던 건, 시나몬 파우더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제공 된 것 맞냐는 내용이었지만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렸을 수도 있기에 완곡적으로 미소를 띄며 물어보았다.
'저기, 혹시 시나몬 파우더 같은 것은 - 커피 안에 들어있나요 ?'
포인트 적립 행사중인 나의 시나몬 라떼를 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직원이 작고 긍정적인 탄식을 내뱉으며 말해줬다.
'아!
우리는 시나몬 설탕 가루를 직접 제조해서 라떼를 만들거든요!'
같은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말에도 수백가지 방법이 있다.
'네, '안에' 들어 있어요' 라는 대답도 충분히 친절하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쩌면 고객 입장에서는 더이상 물어보긴 그렇지만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까?
우리 둘다 어찌보면 완곡한 표현을 했다. 직접 질문에 대한 답은 없는.
하지만 그녀는 내 생각을 2차, 3차적으로 읽어 낸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던 미국이던 누구나 대략적으로 떠올리는, 우유거품 위에 체에 걸러진 시나몬 파우더 라떼를 상상하다가
받아 든 커피 한 잔이 생각과 같지 않자
직원이 당황스럽지 않게 완곡하게 물어보는 내 의도,
결국 밖에 뿌려진 게 아니라 안에 들어있냐고 물어 본 질문 이면에는
전형적인 시나몬 파우더- 어디 있냐는 고객으로서의 궁금증이 존재했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우리(브랜드는)는 -(그녀는 정확히는 영어로 'We' 라고 표현했다'
특별히 시나몬 맛 설탕을 제조해서 라떼를 만들며, 그런 레시피를 가진 우리 시나몬 라떼가 차별화 포인트라는 PR까지.
상당히 기분 좋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누구에겐 그렇게까지 대단할 일 없는 뜨거운 라떼 한 잔 들고서
몇 번을 홀짝대며 자꾸 떠올리고 기분이 좋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직접 만든 계피 설탕이, 뜨거운 우유 스팀 제조과정이 함께 섞여 만들어 진 거란 말이지
상상하고 이해하니 혀 끝에 감도는 계피설탕 맛이 참 좋았다.
그날 밤 시나몬 라떼가 종이컵 바닥에 가까워 질수록 식어가는데 내 좋은 기분은 여전히 뜨끈했다
이틀만인 금요일 저녁에 다시 가서 같은 메뉴를 주문할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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