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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내게 일어났던 마법같은 일 2
앞선 이야기는 여기서 :) heymean.tistory.com/33 피렌체, 내게 일어났던 마법같은 일 이태리 여행중이었다. 베르가모-밀라노-베로나-피렌체-로마(바티칸) 순으로 때는 18년 12월 말, 밀라노에서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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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잃어버린 그 사진, 비싼 것도 아니었지만
가방에 넣고 잘좀 챙길걸 자책했다. 잃어버린게 아쉬웠다.
어두워진 광장을 등지고 시내쪽으로 내려오는데 얘는 내가 뭐 그리 궁금했는지,
피렌체 다음엔 어디로 가는지, 내가 로마로 간다고 하니 꽤나 기뻐하며 자기들도 새해엔 로마엘 가니 같이 둘러보지 않겠냐고 했다.
혼자 여유있게 여행하고 싶어 적당히 선을 긋고 피렌체 시내에 다다러서 이제 작별인사를 하나 했지만
'여자 혼자니 숙소 근처까지 데려다줘도 괜찮을까?’하며 정중하게 말하기에 시내 중심가도 같이 걸었다.
늦어진 시간이었지만 밝던 연휴의 거리,
즐거워보이는 사람들, 군데군데 열려 있는 젤라또 집 등이 있던 피렌체 거리를 계속해서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날 불러 세웠다.
깜짝 놀라 날 부른 오른쪽 방향을 봤는데,
약 3초 정도 쳐다봤을까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날 불러세운 사람 바로 옆에서 한명이 더 튀어나오자
상기된 얼굴을 한 그 두 사람이 누군지 기억났다.
아! 포토부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완벽히 이해하기도 전에
길에 멈춰선 채 날 불러세운 여자분이 내게 하는 얘길 듣고 있었다.
-'그쪽이 떠난 직후에, 바로 직후에 이 사진이 나왔어요
'We don't know why, but we felt like we should keep it.
약간 수줍은 미소보다 더 기억나는 건 그 사람의 들뜸이었다.
그러고 내게 내미는 건 다름아닌 내 사진이었다.
우연처럼 한 세트 더 작동되었던 기계의 사진촬영은 단순한 오작동이 아니었고,
내가 떠난 직후 즐겁게 사진을 찍던 커플에게 맡기기라도 하는 듯이 사진을 또 뽑아낸 것
(사실, 순간적으로 인지가 확 헷갈리며 뭐지, 내가 잃어버린 사진을 주워 준 건가 생각도 했는데 그것과 별개의 사진이다.)
.
시간이 꽤 흐른 후에도 가끔 되새겨본다.
사실 이거 엄청난 우연이 아니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해 줄 때면,
얘기의 감칠맛이 덜해질까 걱정하면서도 더 들떠 이렇게 설명한다.
< 기계가 나의 차례에 오작동 할 확률,
바로 다음 커플이 낯선 내 사진을 발견하고 자켓 안주머니에 접어 보관할 확률,
네시간정도 흐른 뒤, 시내의 다른 장소에서 그 커플을 다시 딱! 마주칠 확률.>
그리고, 이 모든 합이 맞을 확률은내가 이 이야기의 제목에 마법이란 단어를 써도 무색하지 않다고 대변해줄까?
연신 고맙다고 크게 얘기하고 그들을 금방 떠나보냈다.
지금이라면 뭐 이메일이라도 받아서 묘한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텐데,
정말 현실적으로 그 커플은 그렇게 웃으며 사진을 건네주곤 훌쩍 떠났다.
그래서 가끔은,(조금 어이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사람들 진짜 사람들이 맞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무언가에서 확 깨어나듯이 피렌체 시내에 발을 딛고 있는 나로 돌아왔을 땐
내 바로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본 새 친구 루센이 있었다.
루센도 들떠보였다. 광장에서 내려오기 전 앞서 이야기를 들었던 터여선지,
' 바로 그 사진인거지?
옆에서 묻는 이 친구의 존재는 이 신기한 일을 경험한 내가
마치 홀로였다면, 시간이 흐른 후 정말 있었던 일 맞을지
헷갈려 할 나를 위한 일종의 장치 같았다.
진짜 일어난 일이 맞다고 말해줄 누군가.
'내가 너라면 복권을 살 거야.' 라고 루센이 말했다.
숙소에서 다다르기 전 쯤 루센에게 작별인사를 했고
그 다음 날, 나는 복권을 한 장 샀다.
.
우연은 왜 연속으로 찾아오길 좋아하는걸까?
10유로나 당첨 된 나의 연말이자 새해 복권!
넉넉해진 마음과 현금과 함께 내가 향한 곳은 바로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인 포토부스다.
미소가 지어졌다.
내 여행 중 특별한 이야기를 선물해 준, 내게는 너무 특별한 장소에 다시 와서였을까
기대되면서도 미심쩍은 마음으로 동전을 2유로 집어넣었다.
너무 연속적인 우연들 중 하나는 사실 별 거 아닌 일이었음을 반증하고 싶었던 마음인 걸까?
.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플래쉬가 총 네 번 터졌다.
멈칫, 기다렸지만 플래쉬는 더 터지지 않았다.
기계가 뽑아 준 건 네 컷짜리 사진이었다.
마법이 맞았구나, 이제야 확신 있는 미소를 짓고
4 foto 2.-€ 가 적힌 포토 오토마티카 기계를 뒤로 하며
피렌체에서의 이야기 하나를 마무리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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