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oughts

글 대신 그림

한동안은 생각과 감정을 글로 써 내는 대신 '그림'으로 표현했다.

 

 


나는 한글을 뗄 시점인 네 살 때 부터 그림을 즐겨 그렸고

그림그리기는 내 유년기의 정말 큰 부분을 차지했다.

 

당근과 무를 썰어 야채로 물감도장찍기 놀이를 도와주신 엄마의 이런 관심도 큰 부분 이었을 거다.

형편이 넉넉하진 않더라도 미술학원만큼은 유치원 때 부터 거진 6년 정도를 꾸준히 보내 주시고,

온갖 전국 그림대회 현장에서 뒷바라지 해주심에 뒤늦게 감사한다.

 

그렇게 꽤 어린 나이에 미리 시작했고 또 좋아하니까 꾸준히 해서, 아웃라이어 효과처럼

난 곧잘 미술을 잘 했다. 누구보다 잘 했다.

 

 우리 반에서, 우리 학교에서, 우리 동네 미술학원에서.

그리고 전국 그림대회에서도 곧잘 입상할 만큼 내게도 잘 하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학교에 진학하며 '하루종일 그림 그리기' 활동은 차차 빈도를 줄였고

중학교 이학년 때 까지도 조금씩 끄적거리기는 했다만 15살이 되면서부터 손에서 차차 놓은 것 같다.

 

 당시로 치면 평생 해 왔던 것이 미술이므로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미술수업시간은 여전히 특별했고

진학반, 즉 미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목표로 하는 그룹 친구들에게도

절대로 나만의 왕관을 내어 주기 싫었던 것 같아 그때마다 결과로 증명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집중하고 대입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나는 미술에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

 


 

하루종일 시간을 내어 그림을 그리던 시점에서는 한 13년이 지났을까

고등학교 수업 과제를 핑계로 물감을 다시 만지던 시간에선 약 8년이 지났을까

 

나는 용기를 내서 다시 캔버스, 아크릴 물감, 새 붓을 주문하고

약간 홀린 것 처럼 집중해서 그림을 다시 그려댔다.

 

시작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그림은 작은 네 점이 나왔지만

아마 이는 지난 10년이 응축된, 꽤나 정제된 표출이었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이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글로, 때로는 그림으로

이 삶에서 내가 담은 것들을 다시 펼쳐내 본다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