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ion initiative
커다랗고 바쁜 도시에서 혼자 하는 생활에 익숙해 진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닐 것이다.
뉴욕에서 갈 만한 카페가 있을까 싶어서
구글 맵에 커피숍을 검색했고
여러 결과를 사진등을 보며 비교해보다
눈에 띄는 카페가 있어 저장해뒀다.

뉴욕 마지막 날 식사하고 싶었던 한국식 컨템포러리 식당에 오픈 시간에 가려다가,
공원을 둘러보다 너무 늦어져 식사는 혹시 공항에 늦을까 뒤로 하고 대신 카페라도 왔다.
구글 맵에서 봤던 사진을 눈 앞에서 보고
표지를 들고 책상에 막상 놓으니 얼마나 부끄럽던지

나와 친구와 자주 하는 말인데
카페에 오면서 새로운 인연과의 예상치 못한 대화를 기대하는 건 어떻게 보면 흔한 기대일 텐데
막상 그 은연한 속내를 표지로 내 자리에 얹어두려니 속마음을 열어 보여주는 것만 같아 쉽지 않았다.
-
쉽진 않더라도 이 표지를 용기 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틀 기회를 얻을 것이다.
나는 지금 표지를 얹어두고 앉아 커피를 홀짝대다
혼자 온 사람들은 거의 벽을 보는 자리에 앉아 있고
나만 넓찍한 테이블에 같이 온 친구들이 온 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언어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나처럼 혼자 와서 누군가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주변에 안보이니까
표지에 너무 기대지 말고, 그냥 말을 걸어볼까 한다.
뉴욕까지 왔는데 물어봐야겠다.
혹시 말을 걸어 불편해 할 수도 있을까 하는 조심스러움 보다
더 넓은 도시로 나가 세상을 구경하고 새로운 걸 배울 수록
내가 만날, 말을 걸 사람들이 얼마나 열린 마음인지는
물어보기도 전에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
방금 대화 물꼬를 튼 뒤
이야기를 마쳤다.
셋 모두 의사라고 한다.
한 명 은 심장 전문의, (다른 친구 한 명이 치켜세우던) 그리도 다른 친구 두 명도 의사고
시리아에서 다 같이 의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뉴욕시티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사용하고 있던 언어는 아라빅이었다.
이쯤 되면 대체적인 언어는 다 알아듣는 편인데.
도저히 모르겠어서 물어본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바쁘고 춥지만 매력적인 도시에서 카페에 옹기종이 앉아서 ‘그래도 그녀의 심장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등 영어를 섞어
모국어로 회포를 풀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정말 부럽다.
갑자기 말을 걸어도 친절하게
뉴욕에 온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다음 비행기는 몇시인지
겉인사치레 이상으로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건네 줄 수 있는 여유, 나는 가지고 있을까?

샌프란시스코에 돌아가서는 주어진 것에 더 감사하고 노력하는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2020년 2월 9일 저녁 6시 24일
뉴욕 맨하탄 27번가 커피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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