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내게 일어났던 마법같은 일

이태리 여행중이었다.
베르가모-밀라노-베로나-피렌체-로마(바티칸) 순으로
때는 18년 12월 말, 밀라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넘어 온 후였다.
도시 가득 낭만적인 분위기 속 휘적휘적
쫓기는 것 없이 따뜻한 연말을 홀로 즐길 때 였는데,
밝을때 일찍 와 봤던 두오모 광장을
어스름이 내린 후 다시 돌아다니다 내 발걸음이 멈춘 곳
바로 이 포토 부스 앞에서다.

2유로에 사진 네 컷! 부담없는 가격이었다.
혼자여도 재밌고, 전혀 외롭지 않아 더 여유 있던 기분
입구 천을 당겨 슥 닫은 후엔 이 안에서 얼마나 들떴을까

한국에서도 한참 기계 사진을 재밌게 찍어 본 편인지라,
특별한 연말 분위기 가득한 피렌체에서는
더더욱 기록을 남기고 싶었나보다.
사진이 한 컷 찍힐 때 마다 팡 터지는 플래쉬,
아무도 날 보고 있지 않으니까 플래쉬마다 포즈를 컷마다 제각각 취해 준 후
포토부스 밖으로 나오려는 직후의 순간이었다, 플래쉬가 한번 더 팍- 터진 건.
뭐지?
.
나도 모르게 두번, 휙휙 자세를 잡았다
그 와중에 앞에서 뒤늦게 포즈를 더 취한 나도 생각해보니 웃기지만
다소 본능적인 행동이었어

조명이 총 여덟 번 터진 부스에 앉아서 어안이 벙벙했지만,
빨리 사진을 받아보고 싶어 출력부가 있는 기계 밖으로 튀어나갔다.
거기서 마주한 건 옅은 미소로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한 커플이었다.
연말을 특별하게 보내고자 작은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려던 현지 사람들이었을까
의뭉스러운 얼굴표정을 하다가
처억 커튼을 열자마자 마주쳐버린 사람들인지라
나도 모르게 먼저 말을 꺼냈다.
"저기 이거, 뭔가 이상했어요, 하고
'기계가 작동을 하지 않던가요? -묻는 이들
"아뇨, 그건 아닌데, 이거 네 컷이라고 되어 있는데 플래쉬가 여덟 번 터졌거든요.
아직도 기억나는 건 낯선 나를 보면서도
내 이야기를 유심히 들어주던 친절한 얼굴이다.
"그리고.. 사진도 안 나오는 듯, 어
괜히 멀쩡한 기계가 이상하다고 사주하는 것 같아 으쓱한 표정 지으며 말하자마자
내 사진을 터억- 뱉어내는 포토 오토마티카.
'나왔네요!
혹시 두 장이 나왔을까?
사진을 뽑아 들며 "이상하다. 네 컷이네요 하고 중얼거렸다
어쨌든 내 사진은 치른 값대로 나왔고,
이러나 저러나, 코인넣는 기계 에러 정도인 일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커플들이 자기 차례를 맞아 부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슬쩍 지나치며,
다음 투어 장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당일 들렀던 피렌체 두오모 성당 전경을 볼 수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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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내게 일어났던 마법같은 일 2
앞선 이야기는 여기서 :) heymean.tistory.com/33 피렌체, 내게 일어났던 마법같은 일 이태리 여행중이었다. 베르가모-밀라노-베로나-피렌체-로마(바티칸) 순으로 때는 18년 12월 말, 밀라노에서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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